sustine 2012. 11. 4. 18:54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 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만큼 되었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멋진 날개를 펼쳐보여야만 하는데 이 공작새는 암컷 앞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코끼리거북 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공작새는 한평생 코끼리거북을 상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오리는 대략 12~17시간이 가장 민감하다. 오리는 이 시기에 본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

 

 

박시룡, <동물의 행동> 중에서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10월이든 11월이든 나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들이다.

어떤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늦가을, 초겨울이 지나가고 있다고 명명한다.

나의 습관은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