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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그 이후의 이야기

sustine 2013. 1. 20. 20:57

 

 

 

 

 

 

헤어진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와 '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나도 몰랐던 내 한계를 경험하면서 힘들게 떠나 보낸 친구들이었다. 나는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를 동정하고 싶지 않고, 남이 나를 동정하는 것은 더욱 반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동정하고 있었다. 그랬던 것 같다. 나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나는 나를 기만했다.

 

'한계' 라는 단어를 함부로 쓴 것. '힘들게' 라는 단어를 여러 생각 없이 입밖으로 흘려 보낸 일.

 

나로 인해 상처 받았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아픔'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성격적 여유가 나에게는 없다.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어두운 밤이었고 밤하늘은 폭죽이 터지느라 요란하게, 일시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중에 한 명이 너였고, 그리고 다른 너였다.

나머지 네 명의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그 한 명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가 내게 욕을 던질 때 나는 옛날처럼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하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녀를 앞질러 가는데도 내 뒷모습을 향해 그녀는 계속해서 욕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가니 또 다른 그녀가 내 앞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 모습 그대로, 예뻤다. 어쩜 얼굴이 더 수척해진 것도 같았다.

눈이 커진 것도 같고. 그녀는 조금 슬퍼보였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금 가늘게 눈을 뜬 채로, 마주오는 그녀에게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를 띄우며.

그녀는 조금 슬픈 눈을 하고 나를 지나쳤다.

예전에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세차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가던 그녀가, 나와 3초 이상 눈을 마주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주황색 벽돌길을 걸었다. 깜깜한 밤이라서 그런지 벽돌은 갈색빛을 잃은 검붉은 색을 띄우고 있었다.

나는 좀 더 앞을 향해 나아갔다.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엄마한테 전화를 했던 것 같다.

 

그 전에 나는 내 생일 파티가 물거품이 된 것을 알았다. 그 날은 10월 3일이었다.

여러명의 친구들이 일제히 떠나서 사라진 식당에서 나오니 밖에는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쪼그려 앉아 있었고 여자 앞에는 그녀의 이름과 생일 축하해라는 메시지가 촛불로 크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 뒤로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나는 그 수많은 촛불들을 건너서 계단을 내려갔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폭죽을 바라보고 있었다.

쪼그려 앉은 그녀는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고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내려와 검게 타오르는 하늘을 맨처음 보았고 그 다음에 그들을 만났다.

 

 

 

꼴보기 싫은 나를 떨쳐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이제는 나와 어울리지 않아도 되는

마땅히 자기들이 해야할 일을 '드디어 했다'라는 성취감에 젖은 그들 중 두 명을,

나는 오늘 꿈속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