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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축제


















1. 사랑에 빠진 순간을 기억하는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너를 떠올리고. 나는 사랑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희미한 두 글자 앞으로 어느 순간이 호명되고 정의된다. 그 순간은 너무 짧아서 나의 기억 밑으로 잠식된다.

딱 일 년만에 너를 만났다. 그 때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추스려야 했고 나는 들떠서 잠도 못잔 상태였다.

나는 널 간직해야 했다. 어느 날 문득 네 앞에 서야 했을 때, 그 어떠한 걸로도 내 감정을 너에게 표현 할 수 없었다.

이것이 사랑인가.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그를 첫사랑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인지 잠깐 만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아마 둘다 맞을 것이다. 그저 이러한 정리된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기억이 기억으로 덮이고 겹쳐지고 무너지고를 반복하다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늘 현재진행형의 성일 것이다.  


2. 올 한 해는 힘들다. 점점 좋아질 것 같더니. 노력하는 자에게 대가는 있다고 말하는 텔레비전 소리..자기계발서 소리.. 이런 건 나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 나의 오만이고 착각일 수도 있겠으나 그런 소리들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들 처한 상황이 다를텐데, 어떻게 하나의 말로 이십대 청년들을 묶을 수 있겠나. 어른이 나한테 이런 책을 추천하면 듣기 싫다. 차라리 고전을 추천했다면 내가 그 어른을 다시 보았을 텐데. 


3. 이제 더이상 노랑이 좋지 않다. 작년에는 노란색이 정말 좋았으나 이제는 무채색이 더 예뻐보인다. 

이불 세트를 다 바꾸고 싶다. 이불, 베개, 패드 다 노랑이다. 침대 빼고 매트리스만 놓고 싶다. 그럼 더 지저분해 보일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 


4. 어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생애 처음 바리깡이 등장할 정도였으니. 자고 일어났더니 더 적응이 안된다. 몽실언니 같기도 하고. 이제 어려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짧으면 씻을 때 참 편하다. 9월부터 머리가 평소보다 많이 빠진다 싶더니 어제 미용실에서 이 상태로 3개월 진행되면 아마 탈모 진단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허..내 나이에 탈모라니. 스트레스가 원인인가? 예민하고 조급한 내 성격은 나도 못말리겠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그저 편안한 마음, 좋은 마음을 외칠뿐이다. 


5. 서울을 떠나고 싶다. 서울을 떠나 살면 내가 너를 정리할 수 있을까. 복잡한 생각들이 사라질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 이곳을 떠나고 싶은데 혼자서는 자신이 없다. 

새벽빛 앞을 왔다 갔다 내 방을 들어왔다 나갔다 조용히 이 밤을 걷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가라 앉곤 했다. 어둠이 내린 창문 곁에 서 있다 익숙한 내 방을 부셔버리고 싶다가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들고 천장을 올려다 보면 가슴이 저려왔다.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내가 생각한 시간들 앞에서 두려움으로 몸서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