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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기.






6월 6일. 그에게서 싸이월드 쪽지가 왔다. 나는 그 쪽지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쪽지가 온 새벽 시각을 보고, 특별할 것 없는 감정이라 생각했다. 단지 조금 심심해서 내가 생각난 것이라고.

나를 다독였다. 그래도 쉽사리 내 마음은 진정되지 못했다. 


그의 자취방에서 그의 냄새가 나는 옷을 뒤집어쓰고 그의 침대를 뒹굴었던 날. 맛있는 피자 한판을 함께 다 비운 날.

그의 눈을 쓰다듬었던 날. 자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잠에서 뒤척이던 살결의 떨림을 지켜보던 날.


헤어지자고 한 그의 말을 듣고 한 아름에 그의 집앞으로 달려갔던 눈이 많이 내린 겨울날.

수업 시간에 맞춰 이른 오전에 나간 그의 뒷모습을 상상하며 그의 방에 혼자 남아 쓰던 편지.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택시 안에서,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던 날.


몰래 그의 집 앞으로 두번 째 간 날. 그는 없었고 허탈했지만 다행인 마음도 있었다. 

그를 앞에 두고 내가 무슨 말을 할 지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멀어지기를 연습했었는데. 헤어지고 난 뒤 6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매일 매일 그리움과 싸우고 있다.


그가 꼭 나의 첫사랑일까? 내 자신이 밉고 후회되던 날들의 서막이었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신뢰하지 않았고 순간의 감정에 쉽게 휩쓸렸다. 상대방에 대한 의심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상상 이상 이었다. 가족들한테 말 못하는 비밀스러운 병.


'너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거야.' '나는 그런 일 있었지만 잊으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어느정도 극복했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트라우마 때문이야. 라는 나의 변명은 내가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인 것이다.

극복할 마음이 있는지도 자세히 들여다 볼 일이다. 자기 '의지' 가 분명하느냐. 실천하는가, 안하는가의 달려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어쩌면 더 오랜 세월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아직은 남 탓을 더욱 더 하는 내 문제도 있다.

남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내 한 구석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후회가 많이 남는 관계. 그 때 내가 잘했다면,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들, 후회..

그는 내 스무살을 잠시 빛나게 해준 사람이었고, 2년 뒤에 다시 내가 그를 찾아가서 만났을 때는 둘 다 변해있었다.


더 이상 그 때의 우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서울로 돌아오던 기차 안, 얼마나 울었던지 그리고 그를 잊기 위한 다짐을 했다.


몇 달  뒤 서울에서 연락 온 그는 우리는 친구사이가 아니냐는 말에 나는 냉정하게 그를 잘랐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짧은 안부문자를 보내던 사이. 마지막으로 2013년 5월에 그가 짧은 문자를 보내왔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싸이월드 쪽지로 잘지내냐는 한 마디가 툭 날아왔다. 


그는 아주 가끔씩 보내는 자신의 안부문자에 내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할 줄은 모를 것이다.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내가 휘청 흔들리는 건 알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를 많이 생각하고, 미련덩어리처럼 구는 내 모습을 그는 아마 짐작하고 있을지...


별 생각 없이 지나간 여자한테 연락하는 건 내가 극복할 수 없게 발을 거는 것과 같다.

나는 참고 참을 때가 대부분이다.

역시 더 생각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싸움인가. 하하. 


조금만 내가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그 상태로 우리를 묻어두기를..

그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는 절대 만나자고 안하지만 나는 그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이 돌다리들을 무섭지 않은 척 지나가고 싶다. 



남들처럼 나도 극 복 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날이 과연 올까?


저마다의 삶. 경계들.. 나는 이런 것들을 자연스런 상태로 두고 싶다.

겪는 당사자는 힘들지만, 그 나름의 이유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억지로 무언가를 놓지 않으려고 혹은 놓으려고 노력할수록 우리는 삶의 자유를 받아들이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픔을 낫기 위해 자신이 믿는 무엇에 매달려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