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근황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소리



꾀꼬리여 

버드나무 뒤인가

풀숲 앞인가

일본, 하이쿠.












강화도 적석사.

작년부터 추석때가 되면 강화도에 간다.

두 번째 강화도행이다. 나쁘지 않다.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친가. 매년 추석, 명절만 되면 가기 싫어서 난리 친다. 

그치만 강화도에 갔다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

양지 바른 곳에 산소가 있어서 그런가. 

나빴던 기분도 조금은 사그라든다.

작년에 간 절보다 이번에 간 절이 훨씬 좋았다.

높이 있어 찾아가기 조금 힘든 곳이지만 올라가면 그 풍경에 매료될 수 밖에 없다.

엄마를 따라서 몇 번 절을 하고 기분 좋게 기와에 글도 새기고 내려왔다.










볕이 좋았던 어느 평일, 혼자 고갱전을 보러 갔다. 꽤 마음에 든 전시였다.

큐레이터의 해석이 좋았다. 고갱과 주제의식이 비슷한 네 명의 현대작가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흥미로운 영상들이었고, 임영선의 그림. 티벳 어린 아이 눈에 비친 그 형상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림 만다라는 내 집이 있다면 그 곳에 걸고 싶었다. 

고갱의 의식이 지금의 우리 삶과 매치되는 부분이 많았다.

원시의 삶으로 돌아가려 했던 점, 원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그의 그림엔 뜨겁고 따뜻한 무엇이 자리 잡았다.

종교적인 가치관을 새기고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는 많은 걸 내려 놓은 사람 같았다.

본질로 파고드려 하는 습성. 



전시장을 나와 앉아서 쉬고 있었다.

사진 속 아이들이 내 앞으로 지나갔다.

엄마와 아이들.

정말 이쁜 그림이었다.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 나는 계속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기 전,

오후의 차가운 햇볕 속에서 아이들은 해맑게 놀고 있었고

엄마는 그 뒤에서 지켜보았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예쁜 지 아마 모를 것이다.








가을 하늘.

요즘 플라타너스 나무가 귀하다.

영원히 가을이다.

하늘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이 날의 냄새를 두고두고 새기고 걷는다.





               



나비

아마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가늘게 날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저 예쁜 색을 품고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린 거일 수도 있지만,

나비는 쉼없이 저항하고 있었다. 







삶이란 게, 이토록 명징한 것이었다면

너머 그 너머에

나는 너를 볼 수 있어야할텐데

나는 너를 결코 보질 못한다



그렇게 시작과 끝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