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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편지

 

 

 

 

 

 

2013. 5.3.

 

무성한 풀잎 소리. 여름밤. 더운 바람. 아기 울음소리. 나무와 나무가 서로를 찾아 울부짖는 사람의 소리.

 

5.4.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상상을 갑자기. 해버렸다. 멀리. 멀리. 아늑하고 따뜻한 햇살을 꿈꾸며, 그리워하며.

그렇게 나와 너를 떠올렸다.

 

5.12.

 

봄이. 한 차례의 봄이 가고 있다. 나도 그 봄을 따라서 그 소리와 함께 소멸되고 있다.

자연의 무게에 짓눌려 떠다니는 나를 한 번 더 버리려고 한다.

 

 

하늘에서 봄의 경계가 점점 짙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쁘지만은 않다. 다른 계절과 다른 사람과 다른 공기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봄이 가는 것이 아쉬운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시간일테니..

한없이- 낮게. 내려가고 싶다.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할 때가 있다. 내가 그 누군가가 된다는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힘 앞에서 감사하다.

 

 

 

 

 

 

 

앙드레 가뇽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명확하게 우울해졌다가, 평온함이 번지다가, 플룻 소리에 마음이 간지럽다가

결국 힘이 된다.

 

아침, 저녁. 수시로 듣는다. 시간은 멈춰 서서 어떤 표정과 몸짓으로.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음악. 힘. 영감. 원천.

자연과 많이 닮은 음악. 그녀의 선물. 내 피부를 가로 지르는 저 무게. 젖는다.

 

 

 

 

 

 

할머니 산소에 다녀오던 날. 그 전날 저녁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던 꽃집에 가서 신중하게 고른 꽃들..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골랐는데, 일주일은 기쁘고 행복했다.

그 마음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고른 꽃으로 인해, 나는 오래 숨을 쉴 수 있었다.

2월에 있는 제사에 참여하지 못해 마음이 너무 안좋았다. 다행히도 볕 좋은 봄날, 찾아 뵐 수 있어서 고맙다.

인사를 하고 다시 좋은 날에 찾아 오리라고 기도했다.

그 곳에서는 건강하고 편안하시기를.. 가끔씩 힘없이 누워 있는 엄마를 지켜달라고 속삭였다.

 

 

 

 

 

                    

출근길 찍던 꽃들. 막 피어오르던 꽃봉오리들을 발견하는 일은 좋다. 참으로.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반짝 피고 사라질 시간들이지만, 나는 그것이 황홀하고 잊을 수 없는 자연성이라고 생각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냄새를 맡고 만지고. 오감이 모두 내게 주어져서 감사하다. 내 몸 안으로 깊이 새겨지는 냄새와 시간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한 해가 지나고 다른 한 해가 올 때처럼 두렵고 설렌다.

 

 

봄이다. 세상의 모든 시작처럼 계절을 알리는 봄이 가져다 주는 세월을 만끽하려 한다.

떠날 이를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내 마음도 훨훨 날아가 볕 좋은 자리에서 씨앗을 움트고 자라나길.

무럭무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