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2012년 정말 끝인가? 설날이 지나야 2013년이 몸으로 느껴질 것 같다. 아직은,
기다린다. 마음이 따뜻해질 때까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는 변하지 않았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변하지 않았다. 이건 참 어려운 일이다. 받아들여야 할 것은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할 것은 포기해야하는 나의 마음가짐의 문제다. 생각, 태도의 문제라기보다 광범위한 것. 2010년의 나보다 2011년의 나는. 그리고 2012년의 나는.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지만 여전히 모르는 거 투성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모르고 싶은 것들이 세상 천지에 널려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열심히 듣고 있는 요즘인데, 기분이 좋다. 그리고 설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크리스마스이고, 연말인데 나는 어린애처럼 몸둘바를 모르겠다.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지도. 스무살 때나, 스물 네살이 되어서도 별로 성장한 게 없어서. 익숙해진 것이 없어서 실망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12월을 대하는 태도가 같다. 갖지 못한 것에 더 큰 미련이 남고, 그것을 가질 때까지 아무일도 못한 채 하루 하루를 보내는 일. 나는 아직도 그렇다.
오늘은 병원을 갔다왔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카페에 들어가 단편 하나를 읽었고 눈이 흩날리는 사거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차들의 움직임. 신호등. 비상등을 키고 있는 차 한대. 한 건물 전체를 거의 덮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현수막. 그 앞에 선거유세 차량. 바로 내앞의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읽던 페이지를 또 읽고 읽었다. 책을 빠른 속도로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나의 습관이다. 어떤 한 문장을 읽고 그 작가한테 질투를 느꼈다. 나는 이렇게 되려면 멀었겠지?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말을 걸었다. 한국말을 매우 잘하는 외국인이었는데 네팔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말이었고 파일북을 열더니 스크랩한 사진 몇 장을 보여주면서 모금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다 듣고 현금이 없다고 말했다. 바로 그는 나를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갔다.
아르바이트 면접을 오분도 안되서 보고 나오는 길에 눈싸움을 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만났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나.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일학년 때 같은 반 아이들이랑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남자애들은 쓰레받기 들고 나와서 눈싸움을 한 기억. 그 때 나도 웃으면서 즐기고 있었겠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직 안 본 좋은 영화들 찾아서 잔뜩 쌓아 놓고 보고싶다. 만화책도 보고 싶고. 얼마 전에 세런디피티를 봤는데 참 남녀주인공이 훈훈했다. 물론 이야기도..^^ 사랑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영화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 좋다. 보고나면 더 외롭지만. 잠시나마 꿈꿀 수 있으니깐.
이뤄지는 상상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니깐.
가슴에 귀기울이기
천천히 기다리기
다부지게 마음다지기
어디선가 본 글귀인데. 마음에 와닿아서 포스트잇에 써놓았다. 그리고 매일 매일 이 글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