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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12

 

 

 

 

 

 


녹즙을 마셔요

그 때, 당신, 내 옆에 있었나요

초록이 아닌 검은색이에요

케일, 치커리, 명일엽, 보릿물이 아니었던가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제 기도 속에 나타난 등장인물들을 갈아 마셔요

성모 마리아를 향한 기도는 다섯 발가락의 감각을

조금씩 무디게 만들어요

눈을 감으면 왼손은 자연스럽게

이마, 가슴, 왼쪽어깨, 오른쪽어깨

이 순서가 아니었던가요

창문을 지켜봐요

커튼의 힘을 믿으세요

부풀어 오르는 손톱 틈새로

성당 안 공기가 들어오다 사라졌다 들어와요

밀려나오는 살을 뚫고

먼지들은 다닥다닥 손톱 위에 손톱을 만들어가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깍지 낀 손은 풀리지 않아요

기도 속에는 뿌연 얼굴만 흩날려요

당신, 내 옆이 아닌, 어디에 있었나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요

창문 가까이 다가설수록

햇볕의 거짓 증언이 창문을 감추고 있어요

커튼 뒤에 당신, 거기, 숨었나요

제 기도 속에는

녹즙을 마셔요

아, 녹즙이 아니었던가요

 

 

 

 

- 시가 아니라고 합평 받은 글. 10분만에 써내려갔던 글이었다. 단숨에 썼던 글.

   시 쓰는 시간에 합평 받기 위해 낸 글이 너무 부끄러웠다.

   읽어 내려 가는 내내 얼굴이 빨개졌다.

   매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하고, 건강식품이나 약을 챙겨 먹는 일.

   자기가 쌓아 올린 규칙, 자신만의 규율을 지켜가는 사람들.

   거기서부터 의심이 들었다.

   이 규칙을 지키고 살면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건강해질까. 이 노력들은 무슨 희망일까.

   하는 의심. 단순하게 지켜가는 일상을 의심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