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그 자체를 인정할 수 있다면
현실 유리. 사랑하는 사람이 현실과 마주하여 느끼는 부재의 감정이나 현실감의 상실. "나는 전화를 기다린다. 이 기다림은 여느 때보다도 더 나를 불안하게 한다. 뭔가를 해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방안을 왔다갔다해 본다. 그 친숙함이 보통 때는 나를 위로해 주는 갖가지 물건들, 회색 지붕, 도시의 소음, 이 모든 것이 무기력해 보이고, 분리되고, 황량한 별자리처럼, 마치 인간이 한번도 산 적이 없는 자연처럼 얼어붙어 보인다." "좋아하는 화가의 화첩을 뒤적거린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몰두할 수 없다. 그림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그 이미지들은 차디차 나를 권태롭게 한다." 얼어붙은 세상, 채워지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음으로써 다시 나로, 나임을 증명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