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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자부했다. 행복하다고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들이었다고 고백하곤 했다. 내가 쓰는 글자의 행렬들이 지겨워서 배움을 열망하던 날들. 뜨겁고 지리멸렬했던 시간이 지나가면 꼭 남는 것은 '만약'이라는 또 다른 시간의 전제. 우리의 역사는 다시 쓰여지길 반복하고 그래왔듯 계절만이 곁에서 숨을 쉰다. 고백의 휘발성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너와 나의 견딤이다. 시작과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돌무덤 위에 쌓이는 꽃잎처럼 살아 있어도 죽은 너를 꺼내서 바람에 휘휘 날린다 짓밟히고 문드러져도 꽃이 펴서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상상하면서 어디에도 우리는 시작하지도 끝나지도 않은 채 영원히 감싸안는다. 더보기
2014년 10월과 12월 사이에 대한 기록 "고통이여 어서 나를 찔러라. 너의 무자비한 칼날이 나를 갈가리 찢어도 나는 산다. 다리로 설 수 없으면 몸통으로라도, 몸통이 없으면 모가지만이라도, 지금보다 더한 고통 속에 나를 세워 놓더라도 나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거야. 그가 나에게 준 고통을 나는 철저히 그를 사랑함으로써 복수할 테다. 나는 어디도 가지 않고 이 한자리에서 주어진 그대로를 가지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테야. 그래. 그에게뿐만 아니라, 내게 이런 운명을 마련해 놓고 내가 못견디어 신음하면 자비를 베풀려고 기다리는 신에게도 나는 멋지게 복수할거야!" '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보드라운 소파와 양탄자와 금칠을 한 벽난로와 비싼 그림과 쾌적한 침대 위에 세운다. 그런 뒤엔 그 물질로 해서 알게 된 쾌적한 맛에 길들여져 그들은 이.. 더보기
울진 불영사 가는 길 일하다가 찾게 된 불영사.. 조용한 절에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 11월에 다녀왔다. 추워지기 전에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한창 예쁠 가을에 다녀오려고 했지만..추워지고 나서야 다녀왔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별로 춥지 않았다. 혼자가기에 좋았지만 이 좋은 곳을 혼자 와서 느끼고 간다는 게 아쉬웠다.평일이었지만 그래도 관광객들이 있었다. 40-50대의 남녀들이었다.그리고 나와 경로가 같았던 외국인 여자 둘. 이 둘도 나와 비슷하게 열심히 절을 했다.울진 터미널로 나가는 불영사입구 버스정류장 앞에서 이 둘 중 한명은 누워있었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화했다.동남아시아 여자 둘이었는데.. 나중에 한 명의 남편이 차로 데리러 와 나 혼자 정류장에 남았다. 여러번 밟힌 단풍잎. 지금은 내 메모장 안에서 바.. 더보기